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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arsimiro

10월의 선물 : 새우





영화 “마션”을 보면 화성에 홀로 남겨진 와트니가 텃밭을 일구는 장면이 있다. 지구에서는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흙과 물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만들어내고, 마침내 감자의 새싹을 틔워낸다. 노력 끝에 얻어진 초록빛 이파리가 얼마나 반가웠을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 수백일동안 매일 저장되고 가공된 음식만 먹다가 실제 키워낸 음식을 먹을때 그의 기분은 어땠을까?


묘하게도 그 장면에서 문득 과거의 내 식생활이 떠올랐다. 10년차 자취인에 야근이 잦은 직장인이었던 그 당시 내 식단은 제육볶음, 참치 김밥, 편의점 도시락, 가끔 호사스러운 치킨 등 몇가지로 수렴했다. 화성인 와트니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가공 식품들 뿐이었다. 오히려 우주인의 식단이 더 영양적으로 균형잡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화성인 시절 그나마 챙겨먹었던 제철음식은 대하, 바로 새우였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친구들과 대하축제에 가곤 했다. 그때는 제철 음식을 '먹는다'라는 개념보다 서울과 가까운 바다로 놀러 가는데 맛있는 것을 먹고 온다 정도의 개념에 가까웠다. 대하축제에 가서 가장 좋았던 점은 메뉴 선정 및 식당 선택에 대한 고민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유일한 옵션은 새우 소금 구이이다. 제철 새우를 소금에 올려 구워주는 것 이외에 요리라고 할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음식점을 까다롭게 고를 필요도 없다. 새우가 다 알아서 해준다.


버너 위에 천일염이 소복이 쌓인 냄비를 올리고, 파닥파닥 뛰는 새우를 순식간에 쏟아붓고 재빨리 뚜껑을 닫는다. 뚜껑 너머로 녀석들의 생의 의지가 묵직하게 전해오는데, 처음에는 얼떨떨하게 뚜껑을 잡고 기다렸다. 이윽고 파닥거림이 잦아들고 빨갛게 익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일말의 연민을 느끼려는 찰라에 피조개 등 곁들임 음식들에 시선을 빼앗긴다. 금새 익은 새우의 껍질을 까고 맛을 보는 순간 왠지모르게 몸에 좋은 맛이 느껴진다. 뚜껑 너머의 녀석들의 파닥거림이 갓잡은 신선함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식재료의 출처도, 조리 과정도 모르는 음식을 완제품 상태로 받아 먹기만 했던 화성인 같은 내 식생활에 작은 울림을 가져다 주었던 게 바로 제철 대하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 당시 본능적으로 그런 제철 식생활에 호감을 느끼고 있었던거 같다.


와트니는 대원들의 구조를 받아 무사히 지구에 착륙하고 우주인 훈련 교관이 된다. 캠퍼스의 벤치에 앉아있다가 우연히 화성에서 처음 틔워낸 감자의 새싹과 닮은 이파리를 보고 어루만진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는 장면에서 영화는 끝이난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왔고, 대하는 제철을 맞았다. 제철 식생활에 눈을 뜨고 지구인이 된 요즘, 지나가는 계절이 아쉬우면서 동시에 다가올 계절에 설렌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주어진 계절과 그 계절이 선물해주는 식재료를 한껏 즐기게 된다. 가을이 가기 전에 싱싱한 대하 소금구이 한 접시 먹으러 대부도에 가야겠다.


싱싱한 새우 고르는 방법

새우는 껍질에 윤기가 흐르고 단단한 녀석이 싱싱하다. 껍질을 눌렀을 때 물렁하거나 힘이 없으면 고르지 않는 게 좋다. 또한 새우 머리안쪽에 내장이 시커멓게 보이는 녀석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예전에 흰다리새우를 대하로 속여파는 것이 한창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흰다리새우는 남미 외래종으로 국내에서 양식에 성공해 대량 유통되고 있다. 대하는 서해에서 잡히는 국내 품종으로 대하 축제에서 비싼가격에 팔리는 녀석이다. 엄연히 다른 종이라서 가격도 차이가 커서 대하 가격에 흰다리새우를 사오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구분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꼬리의 색깔(대하는 초록빛, 흰다리새우는 붉은빛), 뿔의 길이(대하는 뿔이 더 긺, 흰다리새우는 코가 더 긺), 그리고 수염의 길이(대하는 몸 길이의 2배 이상, 흰다리새우는 1배 정도) 등으로 구분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흰다리새우는 피하고 대하를 사먹을 필요는 없다. 맛에는 거의 차이가 없고, 오히려 활새우 상태로 만나기 쉬운 흰다리새우가 훨씬 신선도가 높고 맛있게 느껴질 수 있다. 대하는 대부분 자연산이라 내륙 지방에서 활새우 상태로 먹기 어렵다. 실제로 새우 제철이라기에 들뜬마음으로 가락시장과 노량진시장을 다 돌아보았지만, 살아있는 대하를 만날수는 없었다.


가락시장 상인분께 왜 자연산 대하는 생물이 안 들어오냐며, 자연산이 아닌데 제철이 의미가 있는거냐고 물었다. 상인분이 양식도 다 제철이 있고 흰다리새우도 지금 아니면 못먹는다고 하셨다. 물론 바이오플락 등 양식 기술의 발달로 일부 양식업장에서는 4계절 활새우를 제공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상인분 말씀이 맞았다. 지갑 사정에 따라서 가성비 좋은 흰다리새우 먹는 것도 제철 새우를 즐기는 방법이다.


article : Marcus

photo : grap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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