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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simiro

10월의 축복 : 꽃게(수게)





꽃게 이야기

10월이 되면 가락시장의 수조와 대야에 꽃게와 새우 같은 갑각류가 가득찬다. 배가 뽀얗고 번질번질한데다가 양옆의 곶까지 살이 꽉찬 수게들을 보면 드디어 제철이 왔음을 실감한다. 보통 게의 크기에 따라서 가격이 다른데, 작은놈은 1kg에 세마리 5만원, 좀 더 큰놈은 두마리에 1kg 6만원이 조금 넘어간다. 허물을 한 번 더 벗었을 뿐인데 가격이 확 올라간다.


꽃게는 자신의 껍데기보다 크게 자랄 수 없다. 사람처럼 뼈가 자라고 살이 붙어서 크는 게 아니라 주기적으로 허물을 벗어야 지금보다 성장할 수 있다. 한번 딱딱해진 껍데기 이상으로 성장하려면 그 껍데기에서 일단 벗어난 후, 말랑해진 살에 물과 양분을 채워서 다시 딱딱하게 만들면서 몸집을 키워나가야한다.허물을 벗은 상태의 꽃게는 껍데기가 말랑말랑한 상태이며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가장 위험한 시기이다. 또한 허물을 벗다가 껍데기에 끼어서 죽거나 기형이 발생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성장의 대가가 만만치 않아보인다.



문득 4년전이 떠올랐다. 잘 다니던 회사에 갑자기 사표를 던졌다. 일주일에 6-7일 거의 매일 야근을 하며 자발적으로 일을 즐기며 다녔던 나였기에 팀 동료들 뿐아니라 친구들까지 전혀 예상치 못한 행보였다. 입사 후 첫 소개때 “소처럼 일하겠습니다.”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던 나였다. 아직까지도 회사 동기들에게 놀림을 받는 일화인데, 정말 소처럼 일하나 싶더니 3년을 못채우고 사표를 내던진 것이다. 2년간의 외도 끝에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지금도 사람들이 그때 내게 무슨 생각으로 그만두었는지를 물어볼때마다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그냥 요리가 너무 좋았고 정식으로 배우고 싶었다는 당연하지만 불충분한 대답을 하곤 했다. 그런데, 허물을 벗는 꽃게를 보니 왠지 그때의 내 결정이 설명되는듯 했다.


특별한 생각이나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벗을때가 되어서 벗었고, 탈피한 후의 자신의 말랑해진 몸에 사력을 다해 양분을 채워 넣고 다시 단단한 껍데기를 얻었던 것이다. 즉 기존의 단단하고 안정적이었던 회사라는 껍데기를 벗어났고, 자유롭지만 위태로웠던 그 시간들을 알차게 채워보려고 발버둥 치며 2년간 외도를 했던것 같다.


양말에 빵구가 나고 땀에 절어 축축해지도록 주방을 뛰어다녔고, 10시간 넘게 서서 웍(후라이팬)질을 하고 설거지를 했으며, 밴드와 파스를 몸에 달고 살면서 여기저기 화상을 입어가며 요리를 배웠다. 어느 일요일 아침, 매장 수레에 내 키만하게 쌀과 식용유통을 쌓고 지하 창고로 가는데, 야외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서 플랫화이트를 마시며 신문을 보고있는 내 또래처럼 보이는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축축하게 젖은 유니폼과 튀김반죽이 묻어 말라버린 고무신발에 내 시선이 닿았고 “돌아가야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찰라의 번뇌 끝에 발길을 지하 창고로 옮기고 선입선출을 야무지게 지키며 물건을 적재하고 수량을 맞춘 후 부지런히 주방으로 돌아왔다. 만약 그때 돌아왔다면, 탈피한 보람이 조금 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조에 담긴 3마리 5만원짜리 꽃게를 살지, 2마리 6만원짜리를 살지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더 비싼놈을 골랐다. 물론 내 입에 들어올 더 많은 살에 대한 대가이지만, 허물을 한번 더 벗어낸 그 노고를 떠올리며 기꺼이 돈을 더 지불했다. 10월은 잔인하면서도 맛있는 계절인 것 같다.



싱싱한 꽃게 고르는 방법 & 암수 구분법

가락시장에 가서 점포 두 세군데만 돌아보면 금방 꽃게 박사가 될 수 있다. “꽃게 어떤 게 싱싱한거예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수조에서 가장 실해보이는 놈을 건져올려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신다. 물론 한창 바쁘실때 물어보면 요즘은 다 좋으니까 고르라고 하시기도 한다.


먼저 “사장님들피셜” 실한 놈 고르는 법이다. 먼저 곶까지 살이 잘 차있는지를 눌러보는 것이다. 꽃게 등껍질 양끝을 보면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는 곳이 있는데 이곳의 명칭이 곶이다. 곶이 있는 게라는 이름에서 꽃게가 유래했다고도 하는데, 이 곶 부분을 눌러보았을때 단단하게 살이 차있으면 실한 녀석이다.


그리고 뒤집어서 배꼽 주변부를 눌러보았을때 살이 단단하게 차있어도 실한 녀석이다. 배딱지는 뽀얗고 반질반질하면 상태가 좋은 녀석이다. 암놈의 경우 간혹 둥근 배꼽이 검게 물들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녀석이다. 봄에 붉은 빛을 띄는 녀석이 있는데 알을 가득품고 있는 녀석이라 믿고 고르면 된다.


다음으로 암수 구분하는 방법이다. 꽃게의 암놈과 숫놈은 몇가지 차이점이 있는데, 가장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배꼽의 모양을 보는 것이다. 숫놈은 배꼽이 좁고 길다란 반면, 암놈은 배꼽이 둥글고 넓다. 그리고 집게발의 길이로도 구분하는데, 보통 숫놈이 암놈보다 집게발의 길이가 길다. 그리고 등딱지 밑부분이 둥글면 암놈이고 직선이면 수놈이라고도 하는데, 이 방법으로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으니 그냥 참고만 하면 좋을 듯 하다.




꽃게를 다양하게 즐기는 방법

꽃게를 가장 맛있게 즐기려면, 살아있는 녀석을 데려와서 손질해 먹는 것이다. 시장에서 살아있는 녀석을 데려왔을때 막상 어떻게 손질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울 수 있다. 활꽃게는 손질하기 어려우니 먼저 기절을 시켜야한다.


기절시키는 방법은 몇가지가 있는데, 먼저 얼음물이나 담그거나 냉동실에 30분정도 두면 기절한다. 시원한 수돗물에 20분 정도 담가두어도 기절한다. 손질 도중에 깨어나려고 하면, 배꼽 부분에 강한 충격을 주거나 배꼽 윗부분을 과도로 깊게 찌르면 바로 기절시킬 수 있다.


기절한 게를 통째로 찌거나 끓일때 꼭 필요한 작업이 있다. 배꼽을 열어 똥을 제거하거나 배꼽 자체를 뜯어내야 비린맛이 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배꼽 안쪽에 이물질이 국이나 찜 국물에 비린내를 유발할 수 있다.


다음으로 손질법이다. 통째로 쓰지않고 여러 등분으로 손질하려면 먼저 등딱지를 열고 모래주머니와 입, 눈 등을 제거한다. 그리고 몸통의 양옆 아가미쪽에는 게속살이라는 기생 갑각류가 간혹 보이는데, 먹어도 무해하나 아가미와 함께 제거해주면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 정리된 몸통은 4등분해서 찌개나 찜 등에 넣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article : Marcus

photo : grapher

film : J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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