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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arsimiro

9월의 설렘 : 무화과

최종 수정일: 2020년 12월 17일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문뜩 맛있게 익어갈 무화가가 생각난다. 9월에서 11월 사이에 잠깐 나왔다 들어가는 무화과는 이때 아니면 먹을 수 없는 제철 과일이다. 무화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꽃이 피지 않는 과일로 알려져 있다. 무화과 입장에서 굉장히 억울할 이야기다. 사실 무화과 열매 내부에 있는 붉은 부분에 무수히 많은 작은 꽃들이 미로처럼 모여있다. 이를 감싸고 있는 하얀 과육과 껍질은 꽃받침이다. 꽃잎 하나하나마다 작은 씨앗 같은 것이 있는데, 이 씨앗은 꽃송이에서 맺힌 열매이다. 바로 이 부분이 무화과를 먹을때 톡톡 씹히는 독특한 식감을 준다. 결과적으로 무화과는 꽃이 없는 과일이 아니라, 꽃을 품고 있는 과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식물 분류학에서는 무화과와 같은 열매의 형태를 은화과(꽃이 숨어있는 열매)라고 한다. 이러한 오해를 풀고 나니 무화과에 더욱 애착이 간다.



"잘 익은 무화과 하나를 먹으면 무르익은 가을 한송이를 먹는 느낌이랄까.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꽃들을 먹게 되는 것이다. "



한의학에서는 무화과를 우리 몸에 다양한 이로운 작용을 하는 과일로 소개되는데, 3항(항산화, 항균, 항염증)작용과 3협(소화, 변비, 심혈관)질환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노화와 성인병의 주범인 유해 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효과와 바이러스를 죽이는 항균 항염증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체내 독을 제거하고, 위장 질환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런 서사와 효능이 있는 과일이다보니 무화과는 유독 팬층이 두터운 과일이다. 무화과는 "여왕의 과일"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하는데, 이는 클레오파트라가 무화과의 열혈 팬이어서 붙은 별명이다. 클레오파트라의 죽음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독사를 무화과 바구니에 넣어놓고 물려죽게 했다는 설도 있다. 그녀의 삶에 무화과가 얼마나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고대 그리스시대의 플라톤이 예찬한 과일이어서 “철학자의 과일"이라고 불리기도 했고, 고대 올림픽 경기 선수들의 건강식으로 제공되기도 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무화과는 남다른 사랑을 받는 과일이다. “Ourfigs”, “Figworld”, “What the fig!” 등 다양한 무화과 애호가 커뮤니티가 재배 방법이나 신품종 개발 소식 등 다양한 정보를 온라인상에서 공유하고 있다. 농장에서 대량 수확해서 판매하는 것 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취미 생활을 하듯이 무화과를 기르는 모임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우리나라에도 “즐거운 무화과 생활"이라는 커뮤니티가 있는데, “무화과 취미 재배자들의 모임"이다. 각자 자신만의 공간에서 식물로 예술을 행하는 멋진 사람들의 모임을 표방하고 있다. 무화과이기에 이런 커뮤니티가 가능한게 아닌가 싶다.


국내에서 무화과를 좀 좋아한다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이 “하바구 무화과"이다. “하늘, 바람, 구름"의 줄임말을 이름으로 하는 “하바구 농장”에서는 지구에서 가장 맛있는 무화과를 재배하기 위해서 2012년부터 전세계에서 200여가지의 신품종 무화과들을 도입해서 맛을 검증하고 상업재배가 가능하도록 연구했다. 여러 해에 걸친 연구 끝에 국내 재배 기후에서 원산지의 맛에 가장 가까워지도록하는 무화과 품종을 찾았고, 그중 하나가 바로 흑무화과이다. 정확한 품종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흑돌이로 불리우는 이 무화과를 사려면 특정 날짜 특정 시간에 대학교 수강신청하듯 대기 후에 구매해야한다. 몇 분만에 완판되고 대기 번호 몇 백 번을 받게 된다. 무화과를 향한 지독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스토리가 아닌가 싶다.


시즌 한정판 중에서도 한정판인 흑돌이를 먹어볼 생각에 벌써 내년 가을이 기다려진다.

무화과 덕분에 조금은 스치듯 지나가는 가을이 유난하고 별스러워졌다.









싱싱한 무화과 고르는 방법 & 보관법


무화과는 껍질은 물론 안의 씨까지 함께 먹는 과일이므로 외피가 심하게 갈라진 부분이 없는 것으로 고르고, 마르거나 곰팡이가 핀 것은 피해야한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재배하는 승정도후인이나 봉래시의 경우, 잘 익을수록 향기가 진하고 열매의 붉은색이 전체적으로 균일해지므로 열매의 적갈색이 균일한 것이 좋다. 둥글고 물방울 모양으로 잘 부풀어오른 것이 보기에도 좋고 먹기도 좋다. 무화과는 눌렀을 때 살짝 말랑한 것이 좋으며 꼭지가 마르지 않고 싱싱한지 잘 보고 골라야 한다. 무화과는 일반적으로 최대 5일까지 냉장 보관할 수 있다고 하지만, 구입 후 바로 먹는 것이 좋다. 보관하게 될 경우에는 냉장보관(1~5℃)이 필요한데, 랩이나 키친타월로 개별 밀봉해서 보관하고, 냉동 보관시에는 한개씩 랩으로 싸서 밀폐 용기에 담아 보관하는 것을 추천한다.



무화과를 다양하게 즐기는 방법


무화과는 생과 자체로 먹어도 맛있지만, 얼리거나 구워먹기도 하고 말리거나 갈아먹어도 참 맛있다. 특히 적당히 살얼어 있는 상태에서 한입 베어물면 셔벗을 먹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꽃과 꽃받침이 주는 독특한 식감은 얼렸을때 그 매력을 배가 시켜준다. 그리고 치즈나 프로슈토 등 풍미가 강한 음식들과의 조합도 좋다. 특히 무화과에는 단백질 분해 효소가 들어있어서 고기와 함께 먹으면 소화를 도와줘서 궁합이 좋다.









글 : Marcus(www.instagram.com/marcus_home)

사진 : grapher(www.instagram.com/grapher.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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